- 알면 더 맛있다, 발로 쓴 사케 이야기
니가타를 알면 일본 사케가 보인다!
흰 눈과 흰 쌀, 그리고 투명한 사케가 유명해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손꼽히는 니가타(新潟)는 150년 전만 해도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경제의 중심이 한국과 중국을 바라보는 서쪽이 아니라,동쪽 태평양 연안으로 넘어가며 니가타는 경제발전에서 뒤처진 지역이 되었다.
실제 니가타역 주변의 일부 번화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침잠된 중소도시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거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멀리 고산을 배경으로 끝없이 논이 펼쳐진 시골마을이다.
하지만 매년 겨울이면 니가타의 분위기는 바뀐다. 겨울이면 3m 넘게 눈이 쌓이는 니가타의 50개 스키장에는 신칸선을 타고 스키를 즐기러 온(도쿄에서 에치코유자와까지 70분) 스키어들로 성황을 이룬다.
겨울을 보내며 막 빚어낸 사케가 나오는 3월에는 일본에서 제일 큰 사케 난장이 펼쳐진다. 이름하여 '니가타 사케노진(酒の陣)!
지난 2004년 처음 시작된 니가타 사케노진은 일본에서 가장 큰 사케 축제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에는 행사 이틀 동안 무려 14만명이 찾아 대성황을 이뤘다.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시작됐는데, 지금까지의 방식을 바꿔 입장객을 제한했다. 행사 기간인 이틀 동안 오전과 오후로 나눠, 입장객 한도를 둔 것이다. 매회차 4천5백명, 총 4회 진행되니 1만8천명만 입장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티켓을 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일본 전역 사케 마니아들의 폭발적 관심 속에 발매 4시간만에 티겟이 완전 매진된 것!
필자는 해외 판매분을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1인 4,015엔. 우리 돈으로 4만원 가까이 된다.
이번 니가타 사케노진에는 니가타현 소재 80개 양조장이 참가해 500종의 신주를 선보였다.
도키멧세 컨벤션 행사장에 입장하기 위해 800m 정도 늘어선 행렬의 후미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이보다 관람객이 7~8배 많았던 코로나 이전의 2019년 행사는 도대체 어땠을까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쯤 되면 니가타가 일본 사케의 중심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 같다.
실제로 니가타 현은 일본 47개의 도도부현(都道府県) 중 사케 양조장이 가장 많은 지자체이다.다소 부침은 있지만, 현재 89개 양조장이 운영중이다.
1인당 사케 소비량도 8.3ℓ로 일본 내에서 압도적 1위다. 2위는 아키타 현으로 4.4ℓ, 3위는 야마가타 현으로 3.8ℓ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어마무시하게 사케를 마시는 것.
사케 생산량은 약 3,000만ℓ로 일본에서 세번째다. 1위는 고베가 있는 효고현으로 일본 사케의 30%에 해당하는 9,000만ℓ를 생산한다고 한다. 2위는 연간 5,000만ℓ 생산하는 교토부.
그런데 효고현과 교토부는 팩 사케 생산이 압도적으로 많다. 전국 어디, 어느 시골 마트의 주류 매장에서 볼 수 있는 팩사케를 대량 생산하는 전국구 사케공장이 효고와 교토에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 어느 마트 또는 웬만한 편의점에 가더라도 효고현에서 생산하는 하쿠츠루(白鶴)의 '마루'나 교토에서 생산되는 '월계관(月桂冠)' 팩사케를 만날 수 있을 정도.
때문에 효고현이나 도쿄부에 비해 생산량은 뒤지지만, 흔히 등급 외 보통주로 통하는 팩사케를 제외한, 질 좋은 사케로 따지자면 니가타가 뒤질 게 없다.
일본에서 사케 양조장이 가장 많은 곳! 대부분이 100년 이상의 업력을 자랑하며, 300년 된 양조장도 수두룩하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눈에 익은 사케 브랜드는 물론 지역의 탄탄한 소비에 기반을 둔 지자케(地酒)가 현내 구석구석에 맹주로 또아리를 틀고 있다.
한국에서도 웬만한 주당이라면 이 브랜드가 눈에 익을 것이다. '구보타(久保田)’ ‘핫카이산(八海山)’ ‘코시노칸바이(越の寒梅)’... 어쩌면, 요즘 일본에서보다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더 유명한 니가타의 BIC3 사케 브랜드라 할 수 있는데, 각각 아사히주조, 핫카이산주조, 이시모토주조에서 생산한다.

그런데 니가타 사케를 세 브랜드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니가타에는 무려 1548년에 창업한 요니노가와(吉乃川)가 있고, 1717년에 창업한 우오누마 현지의 맹주인 아오키주조(青木酒造)의 '가쿠레이(鶴齢)'와 '유키오토코(雪男)'가 있으며, 니가타 사케 붐을 이끄는데 기여한 미야오주조(宮尾酒造)의 '시메하리츠루(〆張鶴)'를 비롯, 니가타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타카치요주조(高千代酒造)와 기린잔주조(麒麟山酒造)가 있다.
이외 좀더 언급하고픈 니가타의 사케가 많지만, 하나만 더 추가하라며 필자가 이번 니가타 여행중 에치고유자와에서 양조장 투어를 하며 완전히 반한 시라타키주조(白瀧酒造)다. 한국에서도 '조젠(上善如水)'이란 사케로 꽤 유명한 양조장인데, 가성비 갑 순미주 '우오누마(魚沼)'와 함께 노벨문학상 수상의 산실이 되었던 설국의 낮과 밤을 함께 했다.
특이하게도 한국에서 대 히트를 친 니가타의 팩사케도 있다. 현지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구경할 수 없고,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간바레 오토상'(하쿠류주조)이다. 고량주 수입을 하던 태산주류가 우연한 인연으로 들어오게 됐는데, 한국에서 대 히트를 친 것. 다소 품질이 떨어지는 교토 후시미나 고베 나다의 대량 생산 팩사케와 차별도 됐지만, 이자카야에 간 샐러리맨들이 '아빠 힘내세요'라는 제품명 소비하며 위안을 삼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해석도 뒤따른다.

그런데 도대체 니가타의 무엇이 니가타 사케를 최고로 만들었을까.
이제 그 비밀을 풀어보자!
2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