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처럼 먹을 수 있는 막걸리를 만들고 싶어요”
한국가양주연구소(소장 류인수)에서 매주 화 목요일 가양주 제조에 관한 강의가 열린다. 이 강의를 듣는 이나겸씨(32)는 일본에서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스핃즈 재팬 합동회사 부대표이자 ‘어머나 양조’의 총괄 디렉터다. 그로부터 막걸리 제조 및 판매의 일본 현지화 과정과 열정을 인터뷰했다.
일본에서 막걸리 제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23년 2월, 막걸리 원데이클래스를 갔다가 주최한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이야기를 나누는데 일본에서 막걸리 사업을 할 구상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 분의 초대로 2023년 4월 벚꽃 축제를 도우러 갔어요. 막걸리 부스 운영을 도우러 간 거라 한국에서 막걸리만 23kg을 가지고 일본에 들어갔답니다.
몸은 고됐지만 그곳에서 일본 분들의 막걸리에 대한,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계기였어요. 그때 함께 사업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만 그때는 막연하게 느끼고 가볍게 흘려보냈습니다. 이후 전통주 바틀샵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다가 회의감을 느낄 때쯤 다시 한 번 제안을 받았고, 이때 아니면 언제 또 해외 경험을 하겠나라는 생각, 한국 술의 제대로 알려보고 싶다는 포부, 벚꽃 축제 때의 좋은 기억에 제안을 수락하고 일본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일본에 들어가기 직전에 협력하여 법인 Misfits Japan G.K. (미스핃츠 재팬 합동회사)를 설립했고, 일본에 들어간 뒤 바로 OMONA BAR(어머나 바)를 열었습니다. 막걸리를 판매하기 위해 일단 한국 술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면허를 받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우여곡절의 시기를 거친 뒤에 2024년 5월, OMONA YANGJO(어머나 양조)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OMONA 生マッコリ雨の日 (어머나 생 막걸리 비 오는 날)을 출시했습니다.
공통되어 등장하는 OMONA(어머나)가 저희의 브랜드입니다. 지금까지 접했던 초록병 소주와 감미료 막걸리와 다른 한국 술을 접했을 때 놀랄 고객의 반응 ‘어머나!’를 기대하며 지은 브랜드명 입니다.
'어머나 양조'에서 빚은 '어머나 생막걸리 비오는 날'. 500ml 13도
일본 시장에서 막걸리의 인기를 끌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하셨나요?
먼저 OMONA BAR를 열었습니다. 막걸리 이전에 한국 술을 소개해야 막걸리의 자리가 온전히 그려질 거라는 판단이었지요. 그간 전통주 관련 일과 공부해 온 것을 바탕으로 BAR의 주류 라인업을 구성했어요. 한국 소주, 약주, 막걸리 같은 전통적인 술부터 와인, 진, 위스키, 브랜디, 맥주와 같은 현재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외국 배경의 술까지 포함시켰습니다. 덕분에 한국 술 전문 BAR로써 지역 언론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한국 술이 일본 지역 방송에 노출된 것만으로도 제법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양조장에서 막걸리 빚기 체험을 진행했습니다. 강서 50플러스센터와 협력하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지원을 받아 일본 분들이 직접 막걸리를 빚어보는 행사였습니다. 막걸리에 대한 짧은 강의와 직접 빚어보는 체험을 통해 막걸리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지요. 그밖에도 막걸리를 주제로 한 이벤트들을 기회가 될 때마다 열고 있습니다.
일본 어머나 양조장 행사
일본의 주류 시장에서 막걸리와 같은 전통적인 한국 술이 성공하기 위한 주요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시적인, 한 번의 새로운 경험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튜브를 통해서든, 드라마를 통해서든 관심을 가진 고객이 유입되었는데 ‘아 이런 거구나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할 맛이네.’하고 끝나버리면 너무 아쉽잖아요. 고객 한 명의 유입이라는 게 굉장히 값진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전통적인 한국 술이 성공하기 위한 주요 요소는 품질과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스키나 와인이 만들어진 국가 밖,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계속해서 시도 해보고 싶은 품질의 주류가 접해도 접해도 끝이 없을만큼 다양해서가 아닐까요?
비교적 비슷한 문화를 가진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한국 술을 다시 접하고 싶으려면 다른 술로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야겠지요. 한국의 전통적인 술들의 재료와 재료의 가공 방식에는 이미 대체할 수 없는 지점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쌀가루로 술을 빚거나, 누룩을 사용하는 부분 등이요. 이런 것들을 살리면서 품질을 높이고, 시장이 커지며 제품이 다양해진다면 일본의 주류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막걸리를 만드는 데 있어 한국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일본은 가양주, 집에서 술을 빚는 것이 불법입니다. 반드시 면허가 있는 장소에서 제조가 되어야 해요. 그렇기에 저희도 OMONA YANGJO를 준비하면서 테스트로 술을 빚어볼 수 없어 머리로만 레시피를 연구하는 등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또 한국은 가양주가 가능하고, 소규모로 주류를 제조하는 면허가 있어서 보다 적은 용량의 주방 기구나 설비를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일본은 대형 설비가 대부분이라 막걸리에 필요한 도구들을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많은 스테인레스 제품들을 한국에서 가지고 와야 했습니다.
그밖에도 일본은 쌀에 단일균을 접종한 입국을 이용해 술을 빚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다양한 효모가 있는 한국 전통 방식의 발효제, 누룩을 한국에서 가져오고 있지요. 앞으로는 누룩을 직접 제조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세무서와 관련된 부분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샘플이나 테스트한 술까지 꼼꼼하게 장부 기록 해야하고 양조장 밖으로 반출된 술에 대해서는 시음이라 할지라도 세금이 부과가 됩니다. 또 3년 간은 연간 6,000리터 이상의 술을 생산하며 이익을 내야 양조장의 면허가 영구로 유지됩니다. 꽤나 까다로운 조건이지요.
일본은 3년 동안 연간 6천리터 이상의 술을 생산해서 이익을 내야 양조장 면허가 영구로 유지된다고 한다.
막걸리의 제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나 기술적인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막걸리 제조 과정에서 저희가 중요시 여기는 단계는 발효와 숙성시의 온도를 맞추는 과정입니다. 전용 냉장 창고가 구비되어 있고, IOT 시스템을 접목시켜 온도를 실시간으로 확인 및 조절하고 있습니다.
다른 일본 양조장과 다른 기술적 차별 포인트는 한국 전통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먼저 일본과 다른 한국 전통 막걸리의 제조 특징이 무엇이냐 물으면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바로 쌀의 도정 방식, 쌀의 가공 방식, 누룩입니다. 쌀의 70퍼센트까지도 깎아내는 일본 술과 달리 한국 막걸리는 주식용 쌀을 도정하는 정도로만 깎아냅니다.
또한 쌀을 여러 방식으로 가공합니다. 쌀을 가루, 떡, 지에밥 등으로 만들어 이용하지요. 마지막으로 다양한 효모가 들어있는 누룩으로 당화와 발효를 함께 진행시킵니다. 이러한 한국 전통 방식을 이어가고자 위의 세 가지를 항상 고려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첫 제품은 주식용 백미를 가루내고 찹쌀로 밥을 지은 뒤, 누룩을 활용해 병행복발효를 시켰지요. 일본에서는 찾기 어려운 기술로 빚은 술입니다.
한국 양조장과의 차별화 포인트는 알파화 쌀가루를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쌀을 분쇄할 때 열풍을 가하여 열처리를 함께 진행합니다. 그래서 이후 제조 과정에서 보다 호화가 빠르지요. 한국에 알려져 있는 팽화미나 생쌀 발효 등의 방식과는 또다른 기술입니다.
어머나 양조장의 벚꽃 축제
일본 소비자들이 막걸리를 처음 접했을 때의 반응은 어땠나요? 그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정식 제품 출시 전, 지역 축제에 테스트 막걸리들을 가지고 나갔습니다. 그간 감미료가 첨가된 막걸리들만 접해보신터라 많이 달지 않아 먹기 편하다는 반응이 있었고, 독하다는 분들도 계셨지요. 병으로 사고 싶다는 분들도 계시고, 대부분 맛있다고 해주셔서 우리가 잘못가고 있지는 않구나하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막걸리의 맛을 일본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는 데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일본 소비자에게 처음 소개되는 제품인지라 부담감이 더 컸지요.그래서 지금까지의 이벤트에서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바디감있는 레시피를 구상했습니다. 하지만 당도 부분이 계속 걸렸어요. 입맛은 개인적인 부분이라 달지 않아 좋다는 분들과 더 달면 좋겠다는 분들, 양쪽을 모두 맞출 수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더 달게 시제품을 만들었습니다만 어떤 술을 만들려고 했는지에 집중했습니다. 밥 같은 술을 만들고 싶었어어요. 밥 대신 반찬과 먹을 수 있는 술. 그 기준을 세워놓고 보니 술이 너무 달면 음식과 먹기에는 부담스럽고 음식 맛을 해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첫번째 배치를 만들었음에도 당도를 낮추는 쪽으로 레시피를 수정하고 다시 만들었습니다.
막걸리 사업 시작 계기된 된 첫 벚꽃축제에서 손님들과 함께.
일본 내에서의 마케팅 활동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신기하게도 Thread라는 SNS 활동이었습니다. 한국어로 개인 SNS에 올린 글들이 일본에 거주하시는 한국 분들에게 퍼지며 온라인 스토어 유입이 늘더라고요. 다만 4월부터, 제품 출시 후에는 처음으로 TV 방송에 나오게 되는데 그떄는 효과적인 방법의 순위가 달라질 거 같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막걸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냉정하게 보아서 주류가 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술자리의 시작을 꽉 잡고 있는 맥주, 하이볼의 위스키, 전통의 일본주 자리를 넘보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크래프트 사케 시장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처럼 가치의 술로써 관심을 받고, 외국의 술이지만 익숙한 술로써 자리잡아갈 역량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 문화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미 긍정적으로 자리잡았어요. 거품처럼 커졌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 제법 오래된 물결입니다. 덕분에 도쿄에도 한국 식당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먹거리 옆에 술이 빠질 수는 없겠지요. 막걸리는 성장할 요소가 큰 시장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막걸리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 있나요?
모든 현에 막걸리 양조장을 하나씩 짓거나, 지어지도록 도와 지역 막걸리들이 만들어질만큼 사업과 시장을 확장시키고자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이미 일본 양조장 설립에 대한 문의를 종종 받고 있습니다. 아직 계획 단계까지는 못 갔지만 곧 구체화해나가려고 합니다. 좀 더 밝은 느낌의 술과 도수가 낮은 술 중에 어떤 것을 먼저 출시할지 고민 중에 있습니다. 25년 여름 전에는 새로운 제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어머나 양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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