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술빚기 대회 은상 신성혁의 ‘맛있어야주’ 와 다시마
한국가양주연구소가 주최하는 ‘2025 궁중술빚기 대회’가 지난 4월12일 코엑스 1층 B홀 오픈 스테이지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120개의 술이 출품되었다. 이 중 40개의 술이 본선에 진출해서 심사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대상은 이해룡씨의 ‘백수환동주’가 차지했다.이어 금상은 민미홍씨의 ‘송강주’, 은상은 신성혁씨의 ‘맛있어야주’, 동상은 최문성씨의 ‘풀잎이슬주’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장려상에는 김미경씨의 ‘도화주’, 반재은씨의 ‘다복주’, 이경희씨의 ‘과하주’, 정순임씨의 ‘삼양주가 차지했다. 특별상에는 정철씨의 ’호연지기‘를 비롯 6개의 술에 주어졌다. 이중 은상을 받은 신성혁씨의 ‘맛있어야주’의 제조과정과 레시피를 소개한다.
‘맛있어야주’는 찹쌀로 빚은 단양주다. 이 술은 신성혁씨가 운영하는 망원양조에서 향후 출시할 제품의 원주를 기반으로 빚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술의 풍미와 감칠맛을 더하고자 ‘다시마’를 부재료로 사용했다.
다시마는 단순한 술의 재료 이상으로 ‘술에도 감칠맛을 더해보자’ 라는 실험적인 발상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신성혁씨의 설명이다.
“우리술도 한식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식 국물 요리 중에서 멸치와 다시마가 육수의 기본이 되듯, 우리술도 한식 요리처럼 감칠맛을 술에 담아보고 싶었다.”
특히 원주의 맛과 향을 해치지 않으면서, 감칠맛을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의 실험을 진행했다. 발효 시점에서 다시마가 주는 영향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시행착오 끝에 본연의 향을 유지하면서 끝 맛이 깔끔해지는 방식을 찾아냈다.
그 결과 심사위원들로부터 ‘전통적인데 낯설지 않은 맛’, ‘처음에는 새콤달콤하지만, 끝에는 깔끔해, 음식과 페어링하기 좋은 술’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술 제조과정
술의 베이스인 ‘원주’는 망원양조만의 모든 노하우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이 술의 가장 큰 특징은 숙성방식과 누룩 배합이다.약 200시간(9일) 발효를 하고 이어서 실온에서 3일간 1차 숙성을 진행한다. 그리고 저온에서 3일간 2차 숙성을 진행한다.
이러한 온도분리 숙성은 술의 산미와 단맛, 그리고 향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율할 수 있고, 사용된 누룩들의 복합적인 풍미를 끌어올리며, 목 넘김에서는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약 1년에 걸친 실험으로, 각 누룩이 가진 향과 특성들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이상적인 배합 배율을 찾았다. 신성혁씨는 누룩을 단순한 발효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누룩은 술의 변주를 줄 수 있는 악기라고 생각한다. 어떤 조합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선율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망원양조만의 균형잡힌 하모니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망원양조의 대표 탁주 ‘희우정’이다.이번 수상작인 ‘맛있어아주’는 바로 이 희우정의 균형 잡힌 원주를 바탕으로 새콤달콤한 산미와 감칠맛을 부각시킨 술이다. 재료는 쌀 5kg, 물 3리터, 누룩 500g(2종 블랜딩), 부재료 남해 다시마.
발효 기간은 약 200시간이며, 실온숙성 3일 / 저온숙성 3일로 진행된다. 부재료 다시마는 술을 빚을 때 사용되는 모든 물에 침출하여 사용했으며, 저온 숙성 3일간 다시마를 넣어 한번 더 침출했다.
양조를 시작한 계기
신성혁 원장은 초등 동창인 박지수씨 대표와 함께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박지수 대표는 세종시 전의에서 양조장을 운영하셨던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어릴 때부터 누룩 냄새와 발효되는 술 향은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고 한다. 영국 유학 시절 와인, 위스키, 진 등 각국의 술을 접할 기회는 많았지만, 한국 전통주에 대해 소개할 이야기가 마땅치 않아 늘 아쉬워했다고 한다.
신원장 집안은 지금도 제사 때마다 할아버지 방식대로 가양주를 빚어 올린다고 한다. 귀국 후 제사에 참석했을 때, 가족들과 함께 술을 빚으며 익숙한 향과 기억이 되살아났다. 예전엔 그저 가족 행사라 여겼지만, 그 전통이 실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졌다. 이후 직접 술을 빚어보고,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전통주와 증류주 과정을 수료하며 양조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술의 뿌리는 세종 전의에 있지만 전통이 살아남으려면 지금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통과 오늘이 만나는 동네, 서울 망원동에 양조장을 열었고, ‘망원양조’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전통주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망원양조의 첫 제품인 ‘희우정’은 올해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 술은 박지수 대표의 수상작 ’전의’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신성혁 원장의 수상작인 ‘맛있어아주’를 두번째 제품으로 출시하기 위해 레시피를 조율 중이다. 알코올 도수를 조금 더 올리고, 산미와 당도를 조절하여 보다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라인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앞으로 출시될 술들은 망원동의 골목 이름을 담은 시리즈로 만들어 갈 예정이다. 지역 고유의 자원과 스토리를 활용해, 지역 기반의 자생적 브랜드이자, 망원동 내 앵커스토어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